광주 광산구의 인사 실험

기사입력 2011.08.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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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운/본사 주필

광주 광산구청이 승진 인사 방법의 하나로 논술 시험을 도입했다. 신문 기자 출신인 민형배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논리적 사고에 익숙한 기자 정신이 이끌어낸 결과물로 여겨진다. 예상대로 우려의 반응이 뒤따랐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문스럽다는 것이 핵심이다. 광산구청은 이를 일축했다. 공정한 인사를 위한 목적임을 강조하고 논술 시험을 진행했다. 이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의 관가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쓰기 교육은 잘 짓는 요령만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글쓰기는 기술과 사고력, 지식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져야 하니까요”15년간 글쓰기 지도를 해 온 연세대 정희모 교수의 설명이다.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이 함축된 표현이다. 그가 지은 글쓰기 관련 서적은 5개월 사이 6만부가 팔렸다.

글쓰기 수요의 증가 추세를 짐작케 한다. 독서와 함께 글쓰기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영수를 비롯, 5개 전후의 전문 강습소를 보내면서도 독서와 글쓰기 분야는 담을 쌓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래도 글쓰기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지적 수준을 비롯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늠하기 위한 평가 방법으로는 그만한 것이 없다. 표현 능력도 고스란이 드러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갖추어야 할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상이라 할 수 있다.

창작이 아닌 실용문 중에서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논술문이 적격이다. 고차원적 사고력이란 표현력, 조직력, 종합력, 추리력, 창의력 등을 의미한다. 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전개해 설득력을 최대화 하려는 글쓰기의 한 방식이다. 종합적 사고력을 총동원 해야 가능한 분야다.

대학 입학 논술고사 평가 목적도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 측정에 두었다. 대학 입시에서 논술에 비중을 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수도권 일류 대학일수록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다시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논술 비중을 낮추라고 종용해도 끄덕도 않는다. 대학마다 학교 발전은 기부금과 함께 그런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술 위세는 꺽일 줄 모른다.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한게 주된 원인이다. 수능 보완 방안으로 도입한 입학 사정관제도의 탓도 못지 않다. 기대를 모았던 이 제도가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단점이 무시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지 실사를 하지 않는다면 면접과 주관에 의해 평가가 좌우된다. 시간이 짧아 겉 핱기식으로 끝날 우려도 있다.

논술은 차분히 시간을 갖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표현력, 조직력, 사고력, 창의력 등 고차원적 사고에 대한 평가가 항목별로 이루어져 객관성도 상당 수준 확보된다.

대학 입시 외에도 논술의 활용 범위는 넓다. 학계나 언론계에서는 이미 필수 과목으로 자리를 굳혔다. 기업체나 공무원들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제안이나 주장 또는 견문 보고서를 필요로 하는 업무가 늘어가고 있다. 그럴때면 육하 원칙과 더불어 논술문 형태를 빌어야 한다.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논술 전문 서적을 필독서로 여길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전문학원도 드나든다. 베스트 셀러가된 논술 서적을 단체로 구입, 직원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회사도 있다. 논술은 이제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가 논술을 승진시험에 적용한 것이 이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의 인사 부정을 막는 대안으로 부상 할 수도 있다.

지자체의 승진 심사제는 원천적으로 부정의 소지를 안고 있다. 상관이 평가한 근무 점수 등을 토대로 인사위원회를 거쳐 인사권자에게 2-3배수를 천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 개입 사실이 숱하게 드러났다. 원칙을 무시하고 기관장이 지명한 직원이 승진 하는 것이 부정의 전형이다. 광주시 인근 지자체 군수는 올 상반기 6급 승진 인사 과정에서 결재 서류를 보고 대상자를 바꾸어버려 말썽이 일기도 했다.

구조적 인사 부정에 실망한 직원들은 자포자기와 무기력 상태에 빠져 들어 인사 부정을 키웠다. 관행처럼 되어버린 기관장의 인사 전횡은 금품수수로 이어져 사법처리 되는 사례를 흔하게 보아 왔다. 부정을 저질러도 증언이 없으면 무사통과다. 서류만 완벽하게 꾸며 놓으면 아무 탈이 없다.

탐관오리들은 그런 승진 인사의 제도상 허점을 상습적으로 악용 하고 있다. 논술은 적정하게 평가 했는지 사후에 들여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하나만으로도 논술 승진 적용은 기존 방식보다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더 효과적이란걸 알 수 있다. 시대 정신에도 부합된다. 그런데 광산구의 논술 승진 인사제는 실효성 있게 운영 될 수 있을까? 그게 사안의 본질이다.
  

[광주리포트 gjrep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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