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는 구나”

기사입력 2007.12.26 20:35
댓글 0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12월 들어서면 한번쯤 되뇌어 보는 푸념이다. 한 해의 마지막장 달력을 뜯어 내면서 혹은 망년회 연락을 받으면서 탄식과도 같은 색깔로 그렇게 소리내어 보곤한다. 때가 되면 정확히 되풀이 되는 철칙을 무슨 수로 막아 낼 수 있을까 마는 아쉬움이 때로는 절망스러움이 전신을 휘감고 도는 그런 감정을 또한 억제 할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런 푸념을 내뱉는 건 아니다. 즐거움으로 충만한 군상들이 그런 탄식을 내 뿜을리 없다. 새파란 청춘들이 가는 세월을 탓할리도 없다. 이를테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거나 그 주변 사람들,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든 젊은 남녀들이라면 그럴리 없는 것이다. 송년의 고통은 고난에 빠져 있는자나 적어도 환갑을 넘기는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않고 취업 시험에 합격 될 것 갖지도 않다. 그렇듯 새해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데 가는 세월이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그같은 유형의 새 해를 맞는다면 돈타령이 이어지고 그에 따른 부부 싸움은 지겹게 반복 될 것이다. 아무리 절약을 외쳐도 들어갈 곳엔 돈은 반드시 쓰여지는 법, 그것을 또 어떻게 막아 낼 수 있을 것인가. 도리가 없다. 또 돈타령이고 신세 타령이고 부부 싸움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알콜 중독자와 다를 게 없는 신세가 지겹지만 폭음을 비켜가기 힘들다. 어느덧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지고 그토록 중시하던 건강에 대한 집념도 물거지고 만다. 한해가 간다는 탄식은 반복 되는 고난과 잠식되어 가는 여생에 대한 우울증세인지도 모른다.

삶이 고달프면 원망과 증오심이 동반한다. 조직과 상사와 동료와 이해 관계에 얽혀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상이다. 그게 심해지면 세상과 인생으로 범주가 넓혀진다. 이기 주의에 매몰 되어 있는 사람, 배금사상과 출세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 수금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공직자와 단체장들. 이렇게 그 대상을 열거하자면 한도 없겠다.그 러면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어거지 쓰는데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그대들의 행태가 더 한층 역겁다.

삽화 한 장면을 꼼꼼히 들여다 보자. 어느 단체장과 출입 기자단이 골프장에서 회동했다. 물론 단체장이 주선한 자리다. 단체장은 컨디션이 극히 좋지않았는데도 폭탄주를 제조해서 원 샷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잔을 돌리면서 시범대로 이어갔다. 주기가 짙어지자 술을 안하고 있던 간부에게 애정어린 호통을 쳤다.

“너는 술 안먹냐” 그랬더니 불이나게 폭탄주를 제조해 단체장이 하는 것처럼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겼다. 고혈압이 중증이어서 평소에 술을 삼가해온 그는 잘나가는 실세다. 목숨 걸고 출세 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모델격 간부다. 고교시절엔 완장도 찼다. 단체장과 귓속말을 자주한 언론사 간부에게 접근하는 자치 단체의 간부가 많아졌고 그후로도 후한 대접이 쇠도했다. 자신의 흠을 덮고 실상과 다른 홍보를 은연중에 강요하는 듯한 접대자리의 한 장면이다.

원망과 증오심을 촉발시킬만한 피사체의 결정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또 한 해가 가는구나’는 없었다. 그래도 잊고 용서하라 한다. 쉽고 청롱한 시어로 중생들을 감싸주는 이해인 수녀의 간곡한 바람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해인 수녀가 쓴 송년시만이라도 한번쯤 읽어보고 한 해를 마무리지었으면 좋겠다. /wsw100@naver.com  
                    
                       송년시
                                 이 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을 고요하게
       마음은 따듯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광주리포트 gjreport@hanmail.net]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광주리포트 & gjrepor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